연일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봄의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성큼 찾아와 버린 날씨 탓에 이른 불쾌지수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복잡한 도심 속에 갇혀 있다는 기분이 든다면 잠시 짬을 내서 광교산 기슭에 자리한 보리밭의 푸른 물결 속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후략)” (박화목 작사·윤용하 작곡 ‘보리밭’)
13번 버스종점에서 내려 사방댐으로 향하는 광교산 주등산로 입구를 따라 50여m를 걸어가다 보면 왼쪽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듯 춤추고 있는 보리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제각기 속삭이며 대화를 나누듯 출렁이는 보리 이삭의 몸짓이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거나 막 광교산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의 눈과 발걸음을 보리밭으로 이끈다.
보리밭 사이로 놓인 길을 따라 새파랗게 영글어 있는 이삭을 쓰다듬으면 손바닥에 닿는 촉감이 일상에 지쳐 무기력해진 감각을 일깨우는 듯하다.
등산객들이 허리 가까이에 닿을 만큼 훌쩍 자란 보리밭 길을 거닐면서 보리 이삭의 율동에 파묻혀 추억만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보리밭 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 기자에게 한 등산객이 사진을 찍어달라며 휴대폰 카메라를 건넨다.
영통구에서 왔다는 이 등산객은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 보리밭 길을 걸으니, 몸과 마음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아 좋다”며 생기가 넘쳤다.
보리밭을 만끽했다면 광교산 등산 진입로에 조약돌로 만들어진 260m 길이의 ‘맨발로 걷는 길’을 걸으며 광교산 등산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조약돌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발바닥에 닿는 촉감은 산을 오르내리느라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데 그만이다.
장안구 상광교동 46번지 일원 1만4천303㎡(4천326평) 면적의 광교산 보리밭은 수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자연생태학습 예정부지로, 지난해 10월 시가 등산객을 위해 이곳에 보리를 파종했다.
시청 녹지공원과 주영수 팀장은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하기 전까지 이곳에 보리 등 경관식물을 파종했다”며 “오는 10월까지 이 부지를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보리를 수확하는 6월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를 심을 계획이어서, 여름과 가을을 수놓을 또다른 장관을 예고하고 있다.
봄의 끝을 보내면서 푸르른 보리밭의 정취를, 여름과 가을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빚어내는 형형색색의 캔버스 속에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