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칼럼 광교저수지 둘레길, 더위 속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길
말복이 지났어도 여전히 무더웠다.
오랜만에 내 단골집인 광교산길 보리밥 식당 자선농원에 가는 길이었다. 이 집은 수원시가 선정한 ‘수원맛집 100선’에도 들어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이 집의 음식은 청국장이다. 보리밥에 온갖 나물과 채소를 넣고 비벼 청국장과 함께 먹고 나면 내 몸이 좋아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직접 만들어 파는 휴동막걸리도 입맛을 돋우지만 혈당 스파이크가 두려워 요즘은 조금씩만 입에 댄다.
늘 그랬듯이 걸었다.
햇볕은 뜨거웠고 공기 중에는 습기가 가득했다.
8월 6일부터 10일까지 (사)화성연구회 여름 해외답사로 다녀온 중국 쿤밍(곤명)과 리장(여강)의 날씨가 그리워졌다.
이 도시들은 해발고도가 높다. 백두산 높이와 비슷해서 항상 봄 날씨를 보인다. 그래서 쿤밍은 봄의 도시 ‘춘성(春城)’이라고도 한다.
약간 높은 지역은 3500미터이고 우리가 올라갈 수 있는 옥룡설산의 빙천공원 전망대는 무려 4680미터나 된다.
얇은 초가을 옷차림으로 올랐다가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산소도 희박해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났다. 말로만 듣던 고산증이었다. 산소통을 자주 사용해야 했다.
비록 일부분이긴 하지만 차마고도도 걸어봤다. 내가 항상 꿈꿨던 길이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옥룡설산을 지척에 두고 천 길 낭떠러지 호도협을 내려다보며 걷는 길. 이곳이 선계가 아닐까 하는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체력이 뒷받침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길을 다시 걷고 싶다. 걸어서 설산 뒤편 샹그릴라까지 가고 싶다.
회상을 멈추고 다시 광교저수지 데크길을 걷기 시작했다.
전에도 본란을 통해 밝힌 바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화성 성벽을 따라 도는 코스와 하광교 광교저수지 둘레길이다.
특히 광교저수지 벚나무길인 광교마루길은 나와도 인연이 있다.
1.5㎞가량 이어진 데크길에 조성된 벚나무들을 심는 작업에 나도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심재덕 시장 재직 시절인 2000년 3월 23일 ‘생명의 나무 100만 그루심기’ 식목행사 때다.
그때 심 시장과 함께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심었던 나무들의 지름은 10cm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른 허리만큼이나 굵어졌고 가지도 무성하게 자랐다.
당시 심 시장은 식목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게 지금은 볼품없어 보이지만 10년만 지나면 여기는 수원의 명소가 되고 엄청나게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벚꽃 보러 몰려들 겁니다”
심 시장의 말은 정확했다. 봄철이 되면 이곳은 발 디딜 틈이 없이 상춘객들로 붐빈다.
심 시장은 화장실문화운동을 일으키고 월드컵을 유치했으며 화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켰다. 화성행궁을 복원했으며 수원천과 서호를 살려내는 등의 위업을 이뤄낸 그의 혜안(慧眼)은 광교저수지 벚나무 식재사업에까지 미쳤다.
올 여름은 극심한 무더위로 인해 이 길을 자주 걷지 못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광교마루길을 다시 찾은 것이다.
참 좋다. 무럭무럭 자란 나무들이 길 전체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호수의 물빛과 건너편 산 그림자는 글 쓰느라 침침해진 내 눈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걷는 길 곳곳엔 쉼터가 마련돼 있고 작은 정원도 조성해 전혀 무료할 틈이 없다. 오히려 이 길이 빨리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뿐만 아니라 도심에선 듣기 어려운 참매미, 쓰름매미, 애매미, 말매미 등 매미들의 오케스트라도 들을 수 있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좀 더 걷기를 원한다면 저수지 상류에서 작은 현수교를 건너 산길로 들어서면 된다.
이곳의 경치는 일품이다. 충북 괴산군 산막이옛길도 좋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는 광교저수지 산길의 풍광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산과 호수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곳곳에 잔도(棧道)를 만들어 놓아 걷는 재미가 있다. 산길이라고는 하지만 거칠지 않아 등산화 없이 편한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차림만으로도 걸을 만하다.
이제 여름의 끝이다. 하지만 아직도 햇볕은 뜨겁다.
광교저수지 둘레길에서 가을을 향해 가는 여름을 느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