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한국시리즈’…KT, 사자굴에서 선두 수성할까
29일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불리는 0.5경기 차 선두 KT와 2위 삼성의 맞대결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KT는 66승 3무 42패, 승률 0.611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은 67승 3무 44패, 승률 0.604로 KT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선두가 바뀔 수 있어, 수원 팬들의 시선도 대구로 향하고 있다.
두 팀의 맞대결은 애초 28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구에 하루 종일 내린 비와 그라운드 사정으로 시즌 12차전이 취소되면서 선두 경쟁도 하루 미뤄졌다.
'우천취소'로 번 하루, KT에 약일까 독일까
우천취소는 전력 공백이 생긴 KT에 일단 반가운 소식이었다.
삼성은 최근 4연승을 달리는 동안 키움 마운드를 상대로 이틀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타선이 뜨거웠다. 반면 KT는 30홈런과 99타점을 기록한 핵심 장타자 힐리어드가 출산휴가로 빠졌다. 주전 포수 장성우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불펜과 야수들이 하루 더 회복할 시간을 얻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원정 체류가 하루 길어지면서 훈련과 식사, 수면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휴식이 체력 회복으로 이어질지, 경기 감각과 긴장감 저하로 나타날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우천취소는 선발 대결의 무게도 바꿔놓았다. 28일에는 KT 오원석과 삼성 김백산이 선발로 예고됐지만, 29일에는 양 팀이 로건과 크리스 페덱을 각각 내세운다. 선두 자리를 건 승부가 외국인 에이스의 정면대결로 재편됐다.
삼성전에서 버틴 로건, 이번에는 승리로 연결할까
KT 선발 로건은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했다. 55⅔이닝을 책임지며 KT 선발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로건에게 삼성은 낯선 상대가 아니다. 지난 6월 27일 대구에서 삼성 타선을 상대로 6이닝 5피안타 3사사구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여러 차례 주자를 내보냈지만 홈런을 허용하지 않으며 위기를 넘겼다.
당시 KT는 로건이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8회 불펜이 역전을 허용해 3-4로 졌다. 로건의 호투를 승리로 연결하지 못한 아쉬운 경기였다.
이번에도 로건의 임무는 분명하다. 장타가 잘 나오는 대구에서 선행 주자를 최소화하고 삼성 중심타선에 결정적인 한 방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맞대결처럼 6이닝 이상을 2실점 안팎으로 막는다면 KT도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 선발이 만든 흐름을 불펜이 끝까지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3승 8패 열세 … 최근 대구 3연전은 전패
KT는 올 시즌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3승 8패로 밀려 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6월 26~28일 대구 3연전에서도 각각 1-9, 3-4, 4-7로 모두 졌다.
첫 경기는 크게 내줬지만 나머지 두 경기는 반격의 여지가 있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로건의 호투를 앞세워 후반까지 앞섰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4점을 뽑아내며 삼성 마운드를 공략했다. 상대 전적은 뚜렷한 열세지만 경기 내용까지 매번 일방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좋은 기억도 있다. KT는 지난해 8월 수원에서 열린 삼성과의 3연전에서 첫 경기를 4-8로 내준 뒤 3-1, 9-2로 연승해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한 경기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시리즈의 흐름을 되돌린 경험이다.
이번 대구 원정에서도 과거의 열세를 의식하기보다 경기 안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필요하다. 선취점을 내주더라도 추가 실점을 막고 곧바로 추격하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힐리어드·장성우 공백, ‘작전 야구’가 필요하다
KT의 가장 큰 고민은 중심타선과 안방의 동시 이탈이다.
힐리어드가 빠지면서 KT는 홈런 한 방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장타자를 잃었다. 장성우의 공백은 타격뿐 아니라 포수의 투수 리드와 경기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날 선발 마스크를 쓰는 포수가 로건과 얼마나 안정적으로 호흡을 맞추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전력 공백을 메우려면 이강철 감독의 벤치 운영과 선수들의 작전 수행 능력이 평소보다 정교해야 한다. KT는 삼성과 정면으로 장타 대결을 벌이기보다 출루와 진루타, 적극적인 주루로 득점권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타와 대주자의 투입 시점, 번트와 히트앤드런 등 세밀한 작전도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작전은 벤치의 지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타자는 필요한 방향으로 공을 보내고, 주자는 정확한 판단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야 한다. 특정 선수의 한 방보다 모든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력이 필요한 경기다.
삼성에 강한 권동진, 공격의 열쇠
KT 타선에서는 권동진을 주목할 만하다.
권동진은 시즌 타율 0.272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5경기에서는 0.385로 타격감이 좋다. 삼성전에서는 15타수 7안타, 타율 0.467로 유독 강했다.
홈런으로 승부하는 타자는 아니지만 권동진은 정확한 타격과 출루로 공격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힐리어드가 빠진 상황에서는 단순한 연결고리를 넘어 득점 기회를 만들고 주자를 불러들이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삼성에서는 시즌 타율 0.312에 최근 5경기 타율 0.556을 기록한 김성윤이 KT 마운드가 경계해야 할 타자다.
상대 선발 페덱은 6경기에서 38이닝을 던져 3승 2패, 평균자책점 2.61과 WHIP 0.76을 기록했다. 출루 허용 자체가 적은 투수다. 권동진을 비롯한 KT 타자들이 성급하게 장타를 노리기보다 끈질긴 승부로 투구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김재윤이 나오기 전에 승부 걸어야
경기가 접전으로 흐르면 삼성 마무리 김재윤의 존재가 KT에 부담이다. 김재윤은 28세이브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이 리드한 채 9회를 맞으면 KT가 승부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KT로서는 페덱이 내려간 직후인 6~8회가 핵심 승부처다. 대타와 대주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최소한 동점을 만들거나 리드를 가져와야 한다. 지난 로건의 삼성전처럼 선발이 앞선 채 내려간 뒤 불펜에서 역전을 허용하는 장면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결국 KT의 선두 수성 여부는 세 가지에 달렸다. 우천취소로 얻은 하루를 회복의 시간으로 만들고, 로건이 삼성 타선을 상대로 다시 한번 6이닝 이상을 버텨야 한다. 힐리어드와 장성우의 공백은 권동진을 비롯한 선수들의 출루·진루·주루와 이강철 감독의 벤치 운영으로 메워야 한다.
0.5경기 차 선두 경쟁에서 필요한 것은 화려한 승리보다 확실한 1승이다. KT가 사자굴에서 조직력과 작전 수행 능력을 앞세워 삼성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