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AM 전쟁 김민석, ‘뉴스공장 밖 5만명’ 불러냈다
김어준은 잃지 않았다. 그런데 김민석은 5만명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이 1일 오전 7시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의 첫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진보 정치 유튜브의 대표 주자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보다 5분 먼저 마이크를 켰다.
첫날 동시 시청자는 뉴스공장이 약 19만~20만명, 민주당TV가 5만1000~5만5000명이었다. 숫자만 나란히 세우면 김어준 씨의 압승이다. 민주당TV 시청자는 뉴스공장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 비교만으로는 첫 방송에서 실제로 일어난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민주당TV가 등장했는데도 뉴스공장 시청자는 줄지 않았다. 최근 방송의 최고 수준인 19만명 안팎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와 동시에 민주당TV에는 5만명이 넘는 별도의 시청자가 들어왔다.
김 대표가 김어준 씨의 시청자를 빼앗지는 못했지만, 김어준 씨가 닿지 못했던 시청층을 불러낸 것이라면 첫날의 승부는 전혀 다르게 읽힌다.
이번 ‘7AM 전쟁’의 진짜 뉴스는 19만명과 5만명의 체급 차가 아니다.
뉴스공장 밖에 있던 5만명은 누구냐는 것이다.
■ 김어준은 지켰고 김민석은 늘렸다
민주당TV 출범 직전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가 집계한 뉴스공장의 최근 15회 방송 중 최고 동시 시청자는 약 19만명이었다. 민주당TV 첫 방송 시간에도 뉴스공장은 약 19만~20만명을 기록했다.
경쟁 채널이 같은 시간대에 등장했지만 뉴스공장의 수치에는 뚜렷한 균열이 나타나지 않았다. 기존 시청층이 민주당TV로 대거 이동했다면 뉴스공장 동시접속자가 먼저 감소해야 하지만, 첫날에는 그런 징후가 없었다.
개별 이용자의 이동 경로와 중복 시청 여부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이탈률은 계산할 수 없다. 민주당TV가 없었다면 뉴스공장 시청자가 20만명을 훨씬 넘어섰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탈률 0%’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관측된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TV가 뉴스공장의 기반을 무너뜨렸다는 증거는 없고, 뉴스공장이 유지된 상태에서 전체 아침 정치 방송 시청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
두 방송의 동시 시청자를 단순 합산하면 약 24만~25만명이다. 뉴스공장의 기존 최고 동시 시청자 19만명과 비교하면 약 30% 큰 규모다. 다만 중복 시청 여부와 각 채널의 집계 시점이 확인되지 않아 이를 순수한 시청자 증가분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일부 시청자가 두 방송을 동시에 켰을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김 대표가 첫날 5만명대의 관심을 끌어낸 것은 고무적이다. 뉴스공장과 기존 시청자를 나눠 갖는 제로섬 게임에 들어가지 않고 별도의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어준 씨가 자기 시청자를 지킨 것이 승리라면, 김 대표는 판 자체를 키웠다.
■ 5만명은 왜 뉴스공장이 아닌 민주당TV를 켰나
민주당TV의 5만명을 모두 ‘신규 시청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기존 ‘델리민주’ 구독자와 개국에 대한 호기심, 김 대표의 첫 출연을 확인하려는 이용자가 섞였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뉴스공장이 아닌 민주당TV를 선택한 이유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김어준 씨 방송에는 거리를 두기 시작한 시청층이 있을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와 당대표 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 지지층은 친명과 친청으로 갈라졌다. 김어준 씨는 정청래 후보와 가까운 인사로 인식됐고,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김 대표는 친명 진영의 구심점으로 부상했다.
정치인뿐 아니라 유튜버까지 각각의 진영으로 묶일 정도로 갈등이 커지면서 뉴스공장은 더 이상 민주당 지지층 전체가 모이는 단일 공론장이 아니게 됐다. 민주당은 지지하지만 뉴스공장의 논조나 진행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민주당TV는 그동안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이들에게 대체 공간을 제공했다. ‘탈김어준’이 곧 ‘탈민주당’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첫날 숫자가 보여줬을 가능성이 있다.
당의 공식 입장을 외부 해설 없이 확인하려는 수요도 있다.
김 대표는 방송 개설 배경에 대해 “좋은 방송들이 많이 있지만 여러 가지 해설을 하는데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날그날 민주당의 기조를 엄선해 최소한 하나씩 설명하는 ‘기조 방송’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정치 유튜버가 민주당의 메시지를 선별하고 해석하던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다. 당이 말하기 전에 유튜버가 먼저 의미를 규정하고, 정치인들이 그 해석에 끌려다니는 구조를 끝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장시간 정치 유튜브를 보지 않던 시청층도 변수다.
뉴스공장의 긴 방송과 강한 논평, 실시간 채팅 문화는 충성도 높은 시청자에게는 장점이지만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이용자에게는 진입 장벽이다. 민주당TV가 당대표의 설명을 중심으로 40분 안팎의 압축된 방송을 정착시킨다면 출근길에 공식 정책만 빠르게 확인하려는 수요를 끌어안을 수 있다.
결국 5만명에는 김어준 씨에게 등을 돌린 친명 지지층, 당의 ‘오피셜’을 확인하려는 당원, 기존 정치 유튜브의 문법에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가 함께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을 하나의 고정 시청층으로 묶을 수 있다면 민주당TV는 뉴스공장의 유사품이 아니라 별도의 정치 미디어가 된다.
■ ‘명심’이 만든 5만명 … 당심의 새 직통회로
민주당TV에 모인 5만명은 최근 민주당 당심의 중심축이 이동한 결과일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 정치에서 유력 유튜버는 단순한 논평자가 아니었다. 당내 현안을 해석하고 지지할 정치인을 제시했으며, 정치인들은 방송에 출연해 당원에게 지지와 후원을 요청했다. 정당이 담당해야 할 공론과 정치적 동원 기능의 상당 부분을 외부 유튜브가 대신했다.
하지만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는 특정 유튜버의 평가보다 ‘누가 이재명 정부와 함께 성과를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친명’과 ‘친청’ 지지층의 경쟁이 ‘누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수렴하면서 유튜버의 지지보다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가 중요해졌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김 대표가 그 구도에서 친명 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선호투표 합산 결과 김 대표는 54.08%를 얻어 정청래 후보를 꺾었다. 유튜버가 표심을 이끌던 자리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명심’이 들어선 것이다. (08월 19일 보도 「유튜버서 대통령으로 달라진 민주당 당심 중심축」)
민주당TV는 이 같은 당심의 변화를 방송으로 옮긴 첫 장면이다. 김 대표는 파일럿 기간을 거쳐 정규 편성 이후에도 방송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외부 유튜버의 해석을 거쳐 대통령과 당의 메시지가 전달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당대표가 공식 채널을 통해 당원과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정책토론회, 타운홀미팅을 생중계하며 언론의 편집 이전에 국민과 만났다면 김 대표는 정치 유튜버의 해설 이전에 당원과 만나려 한다. 대통령의 ‘라이브 정치’를 집권당 차원으로 확장한 셈이다.
민주당TV의 5만명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이 단순한 개국 구경꾼이 아니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공식 메시지를 직접 듣기 위해 들어온 시청자라면, 민주당은 외부 유튜버를 거치지 않고 당심에 도달하는 새로운 회로를 확보한 것이다.
■ ‘정답’ 선점한 민주당 … 재미도 챙길까
김 대표는 첫 방송에 앞서 지난달 30일 SNS에서 민주당TV를 “교과서”, 다른 미디어를 “학습지”에 비유했다.
당의 공식 기조는 민주당TV가 책임 있게 전달하고, 재미와 해설 등 콘텐츠의 다양성은 민간 유튜브가 담당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교과서와 학습지는 대등하지 않다. 교과서가 정답과 기준을 제시하면 학습지는 이를 반복하고 보충한다. 김 대표의 비유에는 민주당TV가 당의 ‘정답’을 먼저 제시하고 민간 유튜브는 이를 해설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외부 유튜버에게 넘어간 공식 해석권을 회수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당의 입장이 나오기도 전에 유튜버가 현안을 규정하고 정치인이 그 프레임에 끌려가는 순서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반면 ‘교과서’는 민주당TV가 넘어야 할 한계이기도 하다.
교과서는 공식적이고 정확하지만 대체로 딱딱하다. 당이 정한 입장만 전달하고 불편한 반론을 배제하면 민주당TV는 공론장이 아니라 선전 방송이 된다. 첫 방송에 들어온 5만명이 당의 공식 메시지를 확인한 뒤 재미와 논쟁이 있는 민간 유튜브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학습지’로 불린 민간 유튜브는 바로 그 지점에서 강하다. 뉴스공장은 다양한 패널과 해설, 풍자, 실시간 채팅을 통해 시청자를 방송 안에 오래 붙잡아둔다. 공식 답변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TV보다 빠르고 자유롭게 의제를 확장할 수 있다.
민주당TV가 성공하려면 교과서의 신뢰성을 지키면서도 교과서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공식 입장을 일방적으로 낭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이 답하기 불편한 질문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민주당TV의 경쟁력은 ‘우리가 정답’이라고 선언하는 것을 넘어 그 정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공개하고 반론을 견디는 데서 나온다.
■ 김어준의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7AM 전쟁’
첫날 김어준 씨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뉴스공장은 경쟁 채널의 등장에도 19만명 안팎을 유지했다. 민주당TV가 뉴스공장의 청취자를 빼앗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하지만 김 대표는 경기장 밖에 있던 5만명을 별도로 불러냈다. 뉴스공장에 등을 돌린 민주당 지지층이거나 당의 공식 입장을 직접 확인하려는 당원이거나 장시간 정치 유튜브를 보지 않던 이용자 등이 민주당TV라는 새로운 관중석에 모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여권의 아침 방송은 김어준 씨의 홈그라운드였다. 김 대표의 승부는 그 홈그라운드에서 김어준 씨를 쓰러뜨리는 데 있지 않다. 김어준 씨가 독점하던 시간대에 다른 정치적 수요와 시청 문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어준 씨가 구축한 아침 정치 방송의 영향력은 단기간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지만 뉴스공장의 시청자가 줄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TV가 5만명 넘는 시청자를 모았다는 것은 별도의 정치적 수요가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김민석 대표가 개국 효과를 넘어 이들을 고정 시청자로 붙잡는다면 김어준 씨의 홈그라운드에서 기존 방송과 다른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