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르무즈 파병의 딜레마…‘어설픈 명분’보다 동맹과 국익 접점 찾는 실용 외교 절실하다
청와대와 여의도가 다시 한번 잔혹한 외교적 시험대 위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군사 기여 압박과 “파병 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란의 직설적인 한글 경고 사이에서 갈수록 고뇌가 깊어지는 ‘호르무즈 파병’ 논의는 대한민국 외교가 마주한 구조적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기도, 이란과의 관계 및 장병 안위를 뒤로한 채 전면 파병에 나서기도 어려운 외교적 외통수에 갇힌 모양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분법적 진영 논리가 아닌, 동맹의 신뢰와 실리적 국익을 동시에 챙기는 ‘제3의 실용적 해법’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해상초계기나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 자산 파병이라는 타협안이 거론되지만, 이는 위험한 안일함이다. 전장의 포화 속에서 ‘비전투’라는 수식어는 무의미하다. 미군의 작전을 돕는 순간 이란 입장에선 명백한 개입으로 간주되며, 이는 미국으로부터는 “미진하다”는 불만을 사고 이란으로부터는 안보·경제적 보복을 부르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한미동맹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국가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셈법이다. 미측에는 한반도 안보 특수성과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객관적 데이터로 설득해야 한다. 직접적인 군사력 파병 대신 해상 유로(油路) 안정을 위한 정보 공유 확대, 인도적 지원, 혹은 청해부대의 작전 영역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방식 등 동맹의 기여도를 인정받으면서도 교전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대안적 카드를 밀도 있게 제시해야 한다.
외교는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최선의 접점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안이한 미봉책 뒤에 숨어 시간을 끌수록 외교적 입지만 협소해진다. 무엇보다 거친 외교적 풍랑 앞에서 파병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생을 피폐하게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지혜와 힘을 모으고, 동맹의 신뢰를 지키면서도 국가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셈법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외교의 진짜 내공을 보여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