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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재단에서 뭐 하지?”…최종진이 그리는 수원의 미래

46만 청소년·청년 품은 수원…전국 최초 통합재단 역할 주목삶의 기로마다 다시 도전하도록…정보·사람·공간 연결위기 때만 찾는 기관 넘어 재능·재미 발견하는 일상 공간으로
최종진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 이사장 (김기수 기자)
최종진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 이사장 (김기수 기자)

수원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에 속한다. 청소년·청년 인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행정안전부 연령별 인구현황을 기준으로 지난 7월 수원의 9~39세 인구는 46만여 명. 전체 인구의 39.4%에 달한다. 수원시민 10명 가운데 4명이 청소년·청년이다. 인구 대비 비율에서도 화성시(40.4%)와 전국 최고 수준을 다툰다.

수원은 말 그대로 ‘미래세대를 품은 도시’다.

그러나 미래세대가 많다는 것만으로 도시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이 학교 안팎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청년이 된 뒤에도 일자리와 주거, 관계의 문제를 헤쳐 나가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설 수 있어야 한다. 고립·은둔과 사이버도박, 마약, 딥페이크처럼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는 것도 과제가 됐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는 현장에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이 있다.

청소년과 청년을 한 조직에서 아우르는 전국 최초의 청소년청년재단이다. 최종진 이사장을 만나 변화하고 있는 청소년·청년의 삶과 이에 대응하는 재단의 역할을 들여다봤다.

최 이사장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청소년과 청년이 더 이상 정해진 하나의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은 성적과 진학을 넘어 문화예술과 미디어, 스포츠, 환경,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찾으려 한다. 주어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의견을 내고 기획해 결과물을 만드는 활동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청년 역시 하나의 성공 기준보다는 자신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에 맞는 진로와 삶을 찾는 데 관심이 높아졌다.

최 이사장은 “과거보다 선택의 기준이 다양해진 만큼 정책도 획일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각자의 관심과 상황에 맞는 기회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도 이런 변화에 맞춰 지원 방식을 바꾸고 있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청소년·청년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단이 활용하는 주요 접점 가운데 하나가 3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수원청년포털’이다. 청년들이 일자리·주거·교육·복지·문화 등 자신에게 필요한 정책을 한곳에서 찾도록 하는 동시에 청년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청년공간인 ‘청년바람지대’와 ‘청누리’ 등을 통해서도 상담과 취업 준비, 역량 강화, 문화·여가와 교류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 등 실제 청소년·청년과 부모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도 주요한 접점이다. 이곳에서 새로운 관심사와 수요를 읽어내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공급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데서 벗어나 현장의 변화와 트렌드를 빠르게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최종진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 이사장 (김기수 기자)

최 이사장은 재단의 역할을 ‘연결’에서 찾았다. 그는 “청소년·청년이 필요한 정보와 사람,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 재단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성인이 되어서도 수원에 머물게 하는 힘은 수원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고 함께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의 전문성과 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원의 폭을 넓히는 것도 재단의 강점이다.

청년의 어려움은 취업이나 심리, 주거 가운데 어느 하나로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장기간 취업에 실패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인간관계가 단절될 수 있고, 경제적 어려움과 주거 불안이 다시 고립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재단은 수원시와 수원일자리센터, 지역 복지·상담기관 등 기존 지원체계를 연결하는 역할에도 무게를 둔다. 중앙정부와 수원시가 제도와 정책의 큰 틀을 만든다면, 재단은 현장에서 청년을 직접 만나 필요한 사업과 기관으로 연결하는 접점이 되는 구조다.

최 이사장은 “재단은 지역 현장에서 청년을 직접 만나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하고 참여와 변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일자리·복지·심리·주거·금융 등 필요한 정책과 전문기관을 연결하여 시너지효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오히려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때다. 청소년이 성인이 된다고 해서 그동안 받던 지원이 하루아침에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진로와 취업, 금융, 주거 등 새롭게 마주해야 할 문제가 늘어난다. 특히 19~24세는 기존 청소년 프로그램을 이용하기에는 어색하고, 곧바로 취업·창업과 주거 중심의 청년정책에 진입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재단은 이들을 위해 노동법과 금융상식, 전세사기 예방 등 ‘예비 청년 전환기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청소년과 청년을 한 조직에서 지원하는 의미는 기관을 합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원의 끊김을 없애는 데 있다”며 “청소년기의 성장 지원이 청년기의 자립 지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먼저 벗어난 청소년에게도 연결고리를 만든다.

지난해 재단의 지원을 받은 학교 밖 청소년 가운데 검정고시에 합격한 인원은 191명이다. 올해도 1회 시험에서만 114명이 합격했다. 2회 시험 결과는 다음 달 발표된다.

재단은 취약과목 1대1 학습 멘토링과 특강, EBS 온라인 강의·교재 등을 지원해 검정고시 합격을 돕는다. 합격 이후에는 대학 입시설명회와 1대1 진학컨설팅으로 지원을 이어간다. 시험 준비부터 합격, 이후 진학과 진로까지 성장 과정이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최종진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 이사장 (김기수 기자)

최근에는 아예 기관을 찾아오지 않는 청소년과 청년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재단이 현장에서 만난 고립·은둔 청년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의 중심에는 대인관계와 취업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고립이 깊어질수록 스스로 기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기는 더 어렵다.

재단은 비대면 일상회복 프로그램과 1대1 상담 등을 통해 지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복지기관 등 지역 기관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반 ‘점프프렌즈’도 새로운 통로다.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AI 공감대화를 통해 사람과의 접촉 자체가 부담스러운 청소년·청년이 먼저 마음을 열도록 하고 이후 전문상담과 오프라인 지원으로 연결한다.

최 이사장은 “AI가 전문상담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누구와도 연결되기 어려운 청소년과 청년에게는 마음을 여는 첫 번째 통로가 될 수 있다”며 “AI에서 시작된 작은 연결이 전문상담과 관계 회복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사회에 나와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목표는 단순히 프로그램 참여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고립된 청년이 집 밖으로 나오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다시 교육이나 구직활동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변화다. 취업 여부뿐 아니라 구직 의욕과 자신감을 회복했는지, 진로 목표를 세웠는지, 교육과 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는지, 취업 이후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지까지 살펴야 한다는 게 재단의 판단이다.

최 이사장은 “취업은 중요한 지표이지만 청년의 변화는 그 이전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청년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속도로 구직을 시작하고 취업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자립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자립이다. 관계와 사회성을 회복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만드는 데 재단의 지원이 향하고 있다.

청소년을 둘러싼 위험이 ‘스마트폰 안’까지 파고든 것도 새로운 과제다

사이버도박과 딥페이크, 온라인 폭력은 물론 온라인을 통한 마약 접근 등 새로운 위험은 확산 속도가 빠르고 주변에서 발견하기도 어렵다.

최 이사장은 “청소년 보호정책은 이제 사후 상담 중심에서 예방과 조기 발견 중심으로 확실히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며 “디지털을 무조건 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절하고 분별하며 위험을 차단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예방교육부터 조기 발견과 개입, 사후관리, 지역 안전망 연계까지 4단계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와 가정, 경찰, 전문기관 등이 작은 위험 신호를 발견했을 때 처벌과 낙인이 아니라 상담과 지원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최종진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 이사장 (김기수 기자)

청소년도 보호받는 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재단 청소년참여위원회가 수원시에 제안한 정책 3건 가운데 2건이 일부 수용됐다. 청소년 AI 윤리교육 제도화와 디지털 언어 안전망 구축이다. 디지털 환경의 당사자인 청소년이 문제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 해결책을 직접 정책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재단은 청소년과 청년이 특별한 목적 없이도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취미와 재능을 발견하며, 평소 해보지 못했던 활동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과 역시 단순한 프로그램 참여 인원보다는 재방문 여부와 새로운 관심사의 발견, 또래 관계 형성 등 실제 변화에 무게를 둔다.

최 이사장은 “청소년과 청년 누구나 재능과 재미를 찾으러 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며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찾는 기관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자신만의 재능과 재미를 발견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미래세대 46만 명을 품은 수원에서 재단이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는 없다.

대신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청년을 먼저 찾아가고, 지역의 일자리·복지·상담기관과 연결하며, 현장의 목소리에서 새로운 수요를 읽어 정책과 사업으로 이어간다. 청소년과 청년이 진학과 취업, 관계와 자립 등 삶의 기로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계속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재단의 역할이다.

최 이사장이 청소년·청년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에도 그 방향이 담겨 있다.

“이번 주말에는 재단에서 뭐 하지?”

전시언 기자 yourside@new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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