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식탁으로 ① "형, 포도 좀 팔아줘"…동생의 소셜미디어가 연 청솔농원 직거래

매주 월요일 아침, 동생의 소셜미디어(SNS)에는 형이 자식처럼 키운 포도 소식이 올라온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서 청솔농원을 꾸리는 형 박래승 씨가 전화를 걸면, 동생 박래군 씨는 못 이기는 척 직거래 판매 글을 올린다. "주문이 안 들어와도 원망 마요"라는 쑥스러운 단서를 달고서다.
"형: 주말에는 하나도 안 들어왔다.
나: 자꾸 올린다고 효과가 없다니까.
형: 그래도 어쩌냐. 월요일 아침에 올려 봐라."
형제가 손을 잡고 이토록 직거래에 매달리는 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올가을, 농가를 덮친 샤인머스켓 가격 폭락 사태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해도 높은 몸값을 자랑하던 샤인머스켓은 전국적으로 재배 농가가 급증하며 과잉 출하로 이어졌고, 최근 몇 년 새 가격이 3~4배가량 주저앉았다.
박씨는 "아직 밭에는 수확해야 할 포도가 한참 남았다. 정성껏 키운 결실인데 저걸 언제 다 파나 생각하면 밤잠을 설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확기의 시름 속에서 형제가 선택한 길은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이었다. 도매시장으로 넘어갈 때 발생하는 중간 유통 마진을 대폭 낮춰, 농가는 정당한 수취 가격을 확보하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밭에서 막 딴 신선한 포도를 받아볼 수 있게 했다.
청솔농원이 올가을 내놓은 직거래 품목은 갓 수확한 샤인머스켓과 진한 풍미를 자랑하는 송산포도즙 두 가지다. 주문을 받는 즉시 농가에서 직접 정성껏 포장해 택배로 발송한다. 상세한 수확 현황과 주문 방법, 품목 정보는 동생 박래군 씨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밭에서 식탁으로’는 지역 농가와 소비자를 잇는 상생 프로젝트
수원일보는 고물가와 유통 구조의 그늘 속에서도 정직하게 땀 흘리는 지역 농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중간 유통의 거품을 걷어내고 밭의 신선함을 식탁으로 고스란히 전하려는 농민들의 자구책을 응원하며, 수원일보는 기사를 이유로 어떠한 형태의 광고비나 협찬도 받지 않습니다. 본 기획은 순수 공익 보도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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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열 기자 dyoul@suwonilb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