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마주하는 대통령과 수사기관장…수사 독립성 우려도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10.21. suncho21@newsis.com](https://www.suwonilbo.kr/img/write/p2c14158a708795ec9d3f3dc2bc2754036df97fb9.jpg)
대통령과 수사기관장이 매주 국무회의에서 마주하는 구조를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수사기관에 대한 행정감독권과 정치적 중립성 사이의 경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19일 임명장을 받은 김 청장이 취임식에 앞서 참석한 첫 국무회의였다.
이날 회의에는 공석인 공소청장과 경찰청장을 대신해 이정현 공소청장 직무대행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참석했다.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과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 일반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청의 수장 또는 직무대행이 대통령과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김 청장은 국무회의에서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국민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김 청장에게 "중대범죄에 대해 네 편 내 편을 가르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미와 필요성을 국민께 증명해달라"고 당부했다.
논란의 핵심은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 자체보다 이러한 대면이 정례화될 가능성에 있다.
현행 「국무회의 규정」 제2조에 따르면 정례 국무회의는 매주 한 차례 소집된다. 수사·기소기관장의 참석이 상시화될 경우 대통령과 이들 기관의 수장이 매주 같은 회의에 참석해 국정 현안을 공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행정부 소속이면서도 정치권력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특수성을 인정받아 왔다. 대통령과 국무위원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역대 정부가 검찰총장을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배석시키지 않았던 관행 역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통령은 기존에도 법무부 장관 등 관계 국무위원을 통해 수사기관의 정책과 운영 현황을 보고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국무회의는 공개적으로 중계되고 있어 수사기관장이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주요 국정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장이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배석하게 되면 주무 장관을 통한 간접적인 소통을 넘어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는 접점이 만들어지게 됐다.
대통령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지시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장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적 입장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만큼, 수사 판단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자체를 법령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 7월 7일 개정된 「국무회의 규정」 제8조는 국무회의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 및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킬 권한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법적으로 참석이 가능하다는 점과 수사기관장의 상시 배석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러한 논란에 직접 반박했다. 그러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공소청장과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문제를 질문한 뒤 관련 답변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산림청장, 소방청장, 해양경찰청장 등 모든 청장이 다 참석해서 논의한다"며 "수사권한기관을 특별취급하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는 것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수청도 공소청도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의 지휘를 받는 청장의 하나일 뿐"이라며 "구체적 사건 수사 지휘는 하지 않을 테니 걱정 않으셔도 된다"고 밝혔다.
수사기관도 행정부의 일원인 만큼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며, 국정 방향을 공유하기 위한 회의 참석이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수사기관의 독립성은 개별 사건에 대한 명시적인 지휘를 금지하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대통령과 수사기관장이 정기적으로 대면하는 관계에서는 구체적인 수사 지시가 없더라도 대통령의 발언이나 국정 운영 방향이 수사기관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수사·기소기관장의 국무회의 정례 참석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이 향후 수사하거나 기소할 대상에 대통령과 국무위원 등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대통령과 수사기관장의 정례적인 접촉이 수사와 기소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기관이 실제로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뿐 아니라 외부에서 보더라도 정치권력의 영향 없이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다는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현재까지 김 청장의 국무회의 상시 배석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논란은 대통령이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킬 수 있는지를 넘어 수사기관에 대한 행정적 통제와 개별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판단 사이에 어떤 경계를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수사·기소기관 수장이 매주 마주하는 구조가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 잡을 경우, 정치권력으로부터 수사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