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빠진 삼성’ vs ‘능력자 애플’…갤Z폴드8·아이폰 듀오 붙어보니
‘잘 빠진 삼성’과 ‘능력자 애플’의 대결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가 공개되면서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폴더블폰 시장에 본격적인 삼성·애플 맞대결이 시작됐다.
10일 애플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세대에 걸친 ‘다이어트’ 끝에 갤럭시 Z 폴드8의 무게를 201g, 접었을 때 두께를 9.7㎜까지 줄였다. 애플은 첫 폴더블폰부터 최신 A20 프로를 넣고 화면 아래 카메라를 숨긴 데다 IP68 방수·방진까지 갖추며 ‘능력치’를 끌어올렸다.
두 제품 모두 접으면 여권을 닮은 형태에 펼치면 7.6인치 대화면이 되지만 승부수는 확연히 다르다. 삼성은 8세대에 걸쳐 다듬은 경량·슬림화를, 애플은 최신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앞세웠다.
◇ 8세대 다이어트 성공한 삼성…53g 가볍고 1.6㎜ 얇다
첫 번째 승부는 몸무게다. 여기서는 삼성전자가 확실히 앞선다.
갤럭시 Z 폴드8의 무게는 201g이다. 아이폰 듀오는 254g으로 53g 더 무겁다.
53g은 숫자로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매일 손에 들고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다. 특히 두 개의 화면과 힌지를 넣어 무게가 최대 약점으로 꼽혀온 폴더블폰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이폰 듀오의 무게는 3년 전인 2023년 출시된 갤럭시 Z 폴드5(253g)보다도 무겁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이 무게만 놓고 보면 삼성의 3년 전 제품 수준에서 출발한 셈이다.
두께에서도 삼성전자가 우위다.
갤럭시 Z 폴드8은 펼쳤을 때 4.5㎜, 접었을 때 9.7㎜다. 아이폰 듀오는 각각 5.2㎜와 11.3㎜다. 펼쳤을 때는 0.7㎜, 실제 들고 다니는 접힌 상태에서는 1.6㎜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출시한 뒤 8세대에 걸쳐 힌지와 내부 구조, 소재 등을 개선하며 폴더블폰의 ‘다이어트’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 폴드8은 접어도 두께가 10㎜를 넘지 않고 무게도 일반 바형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첫 폴더블폰을 내놓은 애플과 8세대 제품을 내놓은 삼성의 ‘연차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 몸집은 애플이 크지만 … ‘능력치’는 꽉 채웠다
애플은 무게와 두께 대신 기능으로 맞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스플레이다. 아이폰 듀오는 7.6인치 내부 화면의 카메라를 디스플레이 아래로 숨기는 UDC(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를 적용했다.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화면에 구멍이 보이지 않아 영상이나 게임, 문서 등을 볼 때 7.6인치 화면 전체를 활용할 수 있다.
갤럭시 Z 폴드8은 내부 화면에 1000만 화소 카메라를 배치해 카메라 홀이 그대로 노출된다.
다만 UDC가 무조건 우위인 것은 아니다. 카메라 위에도 디스플레이가 존재하는 구조여서 빛을 받아들이는 데 불리해 일반 카메라보다 화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전 폴드 제품에 UDC를 적용했다가 폴드8에서는 다시 일반 카메라 방식을 선택했다.
결국 애플은 화면의 몰입감을, 삼성은 내부 카메라 화질을 우선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 IP68까지 넣은 애플 … 폴더블의 약점 ‘먼지’도 막았다
내구성에서는 애플이 첫 제품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아이폰 듀오는 IP68 방수·방진 등급을 지원한다. 갤럭시 Z 폴드8은 IP48이다.
IP 등급의 첫 번째 숫자는 먼지 등 고체 이물질에 대한 보호 수준, 두 번째 숫자는 물에 대한 보호 수준을 의미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방진 성능에서 아이폰 듀오가 앞선다.
폴더블폰에서 방진은 일반 스마트폰보다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으로 꼽힌다. 화면이 접히는 힌지가 존재하고 움직이는 부품 사이에 미세한 공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8세대에 걸쳐 무게와 두께를 줄이는 데 강점을 보였다면 애플은 첫 제품부터 높은 수준의 방수·방진 등급을 확보하며 다른 방향으로 폴더블 완성도를 끌어올린 셈이다.
◇ 최신형 두뇌 … 애플 2나노 A20 프로 탑재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에서도 애플은 첫 폴더블폰에 최고 사양을 넣었다.
아이폰 듀오에는 이번 아이폰18 프로와 함께 공개된 A20 프로가 탑재됐다. 최신 2나노 공정 기반 칩이다.
갤럭시 Z 폴드8에는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가 들어간다.
퀄컴이 이달 차세대 플래그십 AP 공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출시 시점만 놓고 보면 아이폰 듀오가 더 최신 AP를 탑재한 셈이다.
다만 칩의 세대만으로 실제 성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CPU·GPU 성능뿐 아니라 발열 관리와 전력 효율, 운영체제 최적화 등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오히려 삼성전자의 ‘경험’이 무기다.
삼성은 2019년부터 폴드 시리즈를 판매하며 여러 앱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윈도와 앱 간 드래그앤드롭, 대화면 UI 등 폴더블용 사용 경험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애플도 iOS를 폴더블에 맞게 손봤다. 아이폰 듀오는 펼친 화면에서 두 개의 앱을 나란히 실행하는 스플릿 뷰 등을 지원한다.
애플이 최신 하드웨어와 아이폰·아이패드 생태계를 앞세운다면 삼성은 실제 폴더블폰에서 쌓은 8세대의 경험으로 맞서는 구도다.
◇ 카메라는 둘 다 ‘선택과 집중’ … 망원은 빠졌다
카메라에서는 두 회사가 비슷한 선택을 했다.
아이폰 듀오는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와 48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했다. 메인 센서를 활용해 광학 품질의 2배 줌을 지원하지만 별도의 망원 카메라는 없다.
갤럭시 Z 폴드8 역시 5000만 화소 광각과 5000만 화소 초광각의 듀얼 카메라를 적용하고 광학 수준 2배 줌을 지원한다.
두 제품 모두 일반 플래그십 최상위 제품에서 볼 수 있는 망원 카메라를 제외했다.
카메라를 하나 더 넣으면 내부 공간과 두께, 무게에 부담이 생기는 만큼 폴더블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카메라, 특히 줌 기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두 폴더블보다 각사의 일반 플래그십 제품이 더 적합할 수 있다.
◇ 결국 삼성의 가장 강력한 ‘능력’은 가격?
스펙 경쟁을 모두 지나고 나면 삼성전자가 가진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남는다. 가격이다.
국내 256GB 출고가는 아이폰 듀오가 329만 원, 갤럭시 Z 폴드8이 227만 8100원이다.
차이는 101만 1900원이다.
512GB와 1TB에서도 아이폰 듀오가 100만 원 이상 비싸다. 사실상 저장용량과 관계없이 국내에서는 두 제품 사이에 ‘100만 원의 벽’이 생긴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다.
미국에서 256GB 기준 아이폰 듀오는 1999달러, 갤럭시 Z 폴드8은 1899.99달러다. 차이는 약 99달러에 그친다.
한국에서는 100만 원 넘게 차이 나는 제품이 미국에서는 100달러 정도 차이로 좁혀지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애플이 A20 프로와 UDC, IP68 등 아이폰 듀오의 기능뿐 아니라 삼성보다 100만 원 이상 높은 가격을 소비자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잘 빠진' 삼성 vs '능력자' 애플…선택은?
결국 두 제품은 같은 7.6인치 ‘여권형 폴더블’이라는 비슷한 옷을 입었지만 방향은 다르다.
갤럭시 Z 폴드8은 8세대에 걸친 ‘다이어트’로 201g과 9.7㎜라는 몸매를 만들었다. 아이폰 듀오는 254g, 11.3㎜로 더 무겁고 두껍지만 A20 프로와 UDC, IP68 등 첫 제품부터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가격까지 고려하면 선택 기준은 더욱 분명해진다.
매일 들고 다니는 폴더블폰의 무게와 두께,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갤럭시 Z 폴드8의 강점이 크다. 반대로 기존 애플 생태계와 최신 AP, 화면 몰입감과 방수·방진 등 새로운 기능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아이폰 듀오가 선택지가 된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8세대에 걸쳐 폴더블폰을 ‘잘 빠지게’ 만들었다. 애플은 7년여 늦게 뛰어들면서 첫 제품부터 여러 ‘능력’을 갖춰 나왔다.
잘 빠진 삼성과 능력자 애플. 폴더블폰 시장의 첫 삼성·애플 맞대결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