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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마약 좀비’ 구속까지 80일 걸린 대한민국 마약 수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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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틀 만에 긴급체포…간이검사선 필로폰 양성소변 음성→모발 양성…신병 확보까지 두 달 반“신종약물 대응 준비 안 돼…전담·과학수사팀 필요”
'수원 마약 좀비'로 불린 30대 남성의 모습 (SNS)
'수원 마약 좀비'로 불린 30대 남성의 모습 (SNS)

SNS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수원 마약 좀비’가 80일 만에 결국 구속되면서, 급증하는 마약범죄의 속도를 경찰의 수사·감정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수원지법 최유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30대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6월 21일 수원시 권선구 한 아파트 단지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등을 구부리고 양팔을 늘어뜨린 채 장시간 서 있는 모습이 시민에게 목격됐다.

이튿날 해당 영상이 SNS에 ‘오늘 자 수원 펜타닐’ 등의 제목으로 확산하면서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수원권선경찰서는 주변 CCTV 등을 분석해 6월 23일 A씨를 발견해 긴급체포했다. 당시 간이 시약검사에서는 필로폰 양성 반응까지 나왔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예비감정에서 마약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서 A씨는 석방됐다. 이후 소변 정밀감정에서도 마약류 음성 판정이 나왔다.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며 모발 정밀감정과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추가 수사에 나섰다. 지난 7월 6일에는 A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비닐봉지에 담긴 필로폰을 발견했다.

모발 정밀감정에서도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해서 영상이 촬영된 6월 21일 당일 A씨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소변검사는 투약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마약 성분을 확인하기 어려운 반면 모발은 장기간의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대신 모발검사만으로 정확한 투약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A씨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아 왔다는 점도 추가 확인이 필요했다. 처방약에는 향정신성 성분을 비롯해 수면제와 수면유도제 등이 포함돼 있어 경찰은 모발에서 검출된 성분별 투약 경위와 처방 여부를 확인하는 수사를 이어갔다.

결국 경찰은 휴대전화 전자감식과 압수수색, 모발 정밀감정 등을 거쳐 기존 투약 혐의에 필로폰 소지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A씨의 신병이 확보된 것은 최초 목격일로부터 80일 만이다.

경찰이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하고 긴급체포하기까지는 불과 이틀이 걸렸지만, 실제 구속까지는 두 달 반 이상이 소요된 셈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빠르게 다양해지는 마약류에 기존 수사·감정 체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마약 투약이 의심되는 인물을 붙잡더라도 기존 검사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거나 투약 시점을 특정하지 못할 경우 수사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종 마약들이 많이 나오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약물이 추출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 것 같다”며 “흡수가 빠른 약물들은 소변에서 검출되지 않고 모발이나 정밀검사를 해야 추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이 같은 신종 약물에 대응할 준비가 아직 안 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건으로 보인다”며 “약물과 연관된 전담팀이나 과학수사팀이 따로 운영돼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마약 입수 경위와 추가 투약 여부 등을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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